내이야기

봄은 왔는데.

나와 마을 2010. 3. 16. 17:06

 

오랑캐 땅에 풀한포기 나지 않으니     胡地無花草


봄이 와도 봄같지가 않구나               春來不似春


허리띠는 절로 헐거워지는데             自然衣帶緩


부러 날씬해지려 함이 아니라네         非是爲腰身

 

               - 동방규(東方虯), 소군원(昭君怨)」中

     

  

        * 왕소군(王昭君)

 

옛날 중국의 4대 미녀중 한사람으로 불리는 왕소군(王昭君)은 한(漢)나라때 사람이다.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는 말이 따악 들어 맞을 정도로 기구한 삶을 살았던 그녀. 황제의 수많은 후궁중 하나로서 천하에 둘도 없는 미색을 지녔으나, 궁중정치에 능숙하지 못했던 그녀는 황제의 총애를 받기는 커녕, 흉노족과의 화친을 위하여 오랑캐 땅에 바쳐지게된다.

 

이런 그의 심경을 당나라때 문인인 동방규라는 사람이 설파를 하니, "春來不似春(봄이 와도 봄같지가 않구나)"이라는 너무도 유명한 말이 탄생하게 된다. 지난 군사정권시절 이맘때면 자주 지상에 인용됐던 이 문구. 암울한 시대상황을 은유적으로 탄식하던 '춘래불사춘'. 이젠 아무도 이말을 정치적인 톤으로 인용하진 않지만, 봄이와도 여전히 마음속은 봄이 아닌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어쨌건 곧 꽃이 피고 따스한 바람도 불어오기야 하겠지만, 오늘따라 바깥날씨는 꽤나 스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