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녀석들도 숨은 쉬고 살아야 하잖아, 나까지 공부하라고 닥달하면 저놈들 숨막혀서 어쩌라고?..."
우리집엔 이제 중3 올라가는 큰놈과 중1 올라가는 작은녀석 해서 아들놈이 둘이나 있다. 가끔 나까지 셋이라고도 하지만. ㅡㅡ;;
나는 평소에 애들과 같이 까불고 장난을 많이 친다. 심지어는 아래층이야 어떻건 말건 같이 거실에서 축구도 한다. 어쩔때는 아빠가 애들보다 더 유치하다고...ㅡㅡㅋ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엄마들처럼 애들 공부에 목을 메는 집사람은 이런 나의 모습에 가끔 불만을 토로한다. 아빠가 좀 위엄있게 애들에게 가르침도 주고 공부도 돌봐줬으면 한다고. 특히 애들이 시험점수가 잘 안나오면 나까지 덤테기로 같이 잔소리를 듣는다.
작은 녀석이 얼마전 모 유명어학원에서 실시한 레벨테스트에서 어렵사리 좋은 점수받고 상위권 클라스에 들어갔는데 월반이 안됐다고 집사람이 작은놈한테 어제 한시간 가량을 해댄다. 이에 반발한 작은놈 학원 안다닌다고 투덜거린다. 그리곤 다음타자인 나에게 잔소리가 들어온다. 애들 영어공부도 안봐주는데 아빠가 영어를 백날 잘하면 뭐하냐고. ㅡㅡㅋ
"흐흐흐, 너 임마 열심히 좀 해라..."
집사람이 작은놈한테 제발 한마디 해주라고 하길래, 어제 저녁 밥먹으러 가면서 작은놈 머리에 가볍게 헤드락을 걸어주면서 한마디 해줬다. 이런 내 모습이 못마땅 했나보다. 밥먹고 와서도 애들 공부에 신경써달란 집사람의 신신당부(?)에 내가 한마디 점잖게 해줬다. 애들도 숨 좀 쉬고 살게 나라도 가만히 내버려 둬야 한다고. 사람이 비상구는 하나씩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이에 알겠다는듯 집사람도 웃으며 더이상 아무말도 안한다. ^^V
자식이라는게, 특히 공부라는게 부모 욕심만큼 되는게 아니다. 사랑이 지나치면 그게 욕심이 되고 그 욕심이 사랑을 망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본다. 그 사람이 살수 있도록 그 사람의 크기만큼 베풀어줘야 그 사랑이 더욱 가치있는것이 되지 않을까? 필요에 따라서는 그사람의 출구도 되어 주는. 나는 이런게 사랑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물론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나도 잘 되지는 않는다. 크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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